작성일 : 11-03-03 20:5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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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 토요일 저녁, 격주로 만나는 목장 모임이 있었습니다. 낮에 만나서 주일 식사당번 준비를 하고 저녁에 다시 만났지만 여전히 반가운 얼굴들 입니다. 그날 우린, 몇 날이 지난 '발렌타인 데이' 얘기를 하고 꽃 얘기를 했습니다. 무슨무슨 날마다, 때마다 남편에게서 꽃을 받는다는 조여사는 많이 받아서인지 '별거 아니다'는 듯한 몸짓 하나하나가 갑자기 우아해 보입니다. "나는 꽃 못 받았는데...!" "나도 못 받았는데...!" 그때 한분이 소리 칩니다. "아니, 우째 꽃을 안주노. 여보! 꽃 시체(?)라도 좀 가져와 봐." (참고로 그날 모임은 조경원 집사님 댁이었습니다) 우린 설마? 해서 놀라고, 그말이 너무 웃겨서 모두들 쓰러졌습니다. 그때 한 여인 발딱 일어나 부엌으로 가더니 댕강댕강 꽃 송이만 잘려져서 접시 위에서 이쁘게 말려지고 있는 장미꽃 12송이를 가져옵니다. "야들아, 꽃 시체라도 봐라! 너거는 살림을 우째 살아가 꽃도 못 받노?" 간만에, 얼마나 웃었는지 배꼽 찾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. 모두들 같은 소릴 했습니다. 은혜를 받더니 사람이 달라졌다고... 제법 고급스런 단어 하나가 튀어 오릅니다. '부창부수' 여유를 봅니다. 사람좋은 우리 목자님은 눈만 껌뻑이며 알 수 없는 미소만 허공에 날립니다 또 한사람 신씨 아저씨! 우리 가게 안에 진열된 쵸콜렛을 가리키며 '먹고 싶은것, 뭐든 다 먹어!' 매번 큰소리 치더니 살짝 미안해 하는 듯도 합니다. 아! 나도 후회 했습니다. '시들어질 꽃보다 현찰이 더 마음에 닿는다.' 그날 이후, 꽃도 현금도 구경 못한 지금. 그날을 지웁니다. 은혜를 받으면 선물도 하는 것인지, 아니면 살림을 잘 하면 꽃선물도 받는 것인지 아리숑숑 하지만 내년에는 우리 모두 부록(?)으로 쵸콜렛도 받을 수 있기를...
좋은 사람들이 함께 있어 참 좋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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